개요
제목: 아카이브 (Archive)
장르: SF, 드라마, 스릴러
감독/각본: 가빈 로더리 (Gavin Rothery)
주연: 테오 제임스, 스테이시 마틴, 로나 미트라, 토비 존스
개봉일: 2020년 7월 10일 (미국 기준)
러닝타임: 109분
배급사: Vertical Entertainment
줄거리
2038년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미래 주인공 조지 앨모어(테오 제임스)는 외딴 연구소에서 첨단 인공지능
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숨겨진 목적은 정부의 공식 프로젝트가 아닌 사적으로 진행하는 죽은 부인의 재현입니다. 아내 줄스가 몇년 전 사고로 사망했고 조지는 그녀의 의식을 디지털화한 아카이브라는 기록보관소장치에 저장해둔 상태입니다.
그는 이 저장된 의식을 기반으로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려 합니다. 이미 두 개의 초기 모델 J1과 J2를 만들어 실험중이며 세번째 모델인 J3는 거의 완성 단계입니다. 조지는 J3에게 아내의 기억과 감정 자아를 이식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초기 모델들 특히 감정을 느끼고 질투심을 갖기 시작한 J2는 자신이 버려질 것을 직감하고 불안과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합니다.
점점 조지의 연구소에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외부에서 감시하는 회사측 요원들의 압박 J3의 자각 수준의 급상승
그리고 아카이브 시스템의 이상 징후 등 다양한 문제들이 겹칩니다. 결국 조지는 결정적인 이식 단계를 시도하며 아내와 재회하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반전: 영화의 마지막에 조지가 사실은 아카이브에 저장된 존재였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조지 본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남은 아내가 그의 의식을 복원하려고 아카이브를 통해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지금까지 관객이 보고 있던 이야기는 조지의 의식 속에서 반복되고 있던 디지털 환상이었던 셈입니다.
느낀점
아카이브는 SF 영화로서의 외형을 갖췄지만 내면은 지극히 감성적인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죽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은 오래된 소재이지만 이를 기계에 기억을 심는 방식으로 구현함으로써 새롭게 풀어냈습니다.
감독은 매우 정제된 화면 구성과 절제된 감정 연출로 인물의 고립감과 그리움을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초반엔 조지의 연구와 로봇들의 성장 과정이 주요하게 다뤄지며 J1, J2, J3 각각의 개성이 섬세하게 묘사됩니다.
특히 J2가 느끼는 자아정체성의 위기와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 못지않은 감정선으로 설계되어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또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반전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처음부터 조지의 시점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라 관객은 그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다가 그가 가상 세계 속 존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감정적인 충격을 줍니다.
이로 인해 영화는 인간의 정체성과 죽음 기억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메타 서사로 확장됩니다.
후기
아카이브는 저예산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비주얼과 철학적인 깊이를 갖춘 SF 영화입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현실적인 가능성과 인간의 감정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의식을 디지털화한다는 것이 과연 인간의 삶을 연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죽음을 만드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철학적 감성적 SF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테오 제임스는 기존에 보여주던 액션 스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내면의 상처와 집착을 가진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소화했고 J3를 연기한 스테이시 마틴 역시 따뜻함과 차가움을 넘나드는 연기로 로봇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표현했습니다.
결국 아카이브는 기억 정체성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무엇을 통해 인간이 되는가? 기억인가 육체인가? 감정인가? 이 질문에 답을 내리기보단 질문 자체를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SF 영화 중에서도 드물게 감성과 사유를 자극하는 작품이기에 천천히 음미하며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랑하는 이를 되찻기 위한 최후의 프로젝트 특별한 기억과 감정까지 담은 기록보관소 아카이브입니다.